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김경필)

'단기간 고수익'이라는 새빨간 거짓말

cosy corner 2023. 10. 3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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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또는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무엇이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고, 시장경제에서 가격의 효율성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 옷가게를 찾은 손님이 점원에게 유명 브랜드 제품이면서 디자인도 좋고 튼튼한데 가격은 저렴한 것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점원은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아마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손님, 죄송하지만 저희 매장에 그런 물건은 없습니다."

  그렇다. 그 매장뿐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런 상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와 디자인, 내구성 중 어떤 것도 포기(희생)하지 않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제품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가격대의 상품을 원한다면 브랜드를 포기하든지 디자인이나 내구성을 포기해야만 한다.

  자산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바로 자산시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원리인 '위험과 수익의 교환관계risk-return trade-off'다. 흔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리스크가 높으면 보상이 크로 리스크가 낮으면 보상이 적다는 뜻이다. 

  경제가 고속성장할 때는 리스크가 높아도 보상이 큰 자산을 택해야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극도의 저성장 시기엔 반대로 보상이 적더라도 리스크가 낮은 자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월 200만 원의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한 자산 4가지는 다음과 같다고 하자.

자산 종류 투자금 리스크 요구 수익률
OO전자 2억 6,800만원 높음 8.9%
상가 건물 6억 2,300만원 약간 높음 3.85%
서울 아파트 15억 9,000만원 매우 낮음 1.5%
예금 14억 1,000만원 거의 없음 2.0%

  경제가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등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은 월 200만 원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주식 또는 상가를 확보하려 한다. 즉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려 한다. 이 말은 곧 자산에 대한 요구 수익률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초저성장 시대에는 예금 또는 부동산으로 현금흐름을 만드는 방법을 선호한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상가, 건물, 오피스텔, 주택 중 무엇의 미래 현금흐름이 가장 안정적일지 생각해보라. 요구수익률이 높은 것은 미래소득이 가변적이란 뜻이고, 요구수익률이 낮은 것은 미래소득이 안정적이란 뜻이다.

  실제로 이런 시기에는 예금 혹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유리해지는 국면이 있다. 자산 중 요구수익률이 낮은 쪽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그런 자산이 더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 쪽에서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할 자산은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요구수익률은 토지 > 상가 건물 > 주거용 오피스텔 > 아파트 순이다.(물론 개별 물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초저성장 시대에는 주택가격 양극화도 심화된다. 이럴 때 투자시장에서 절대 해선 안되는 말이 '바닥'이다. 과거에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격이 급락할 때 바닥이라고 불리는 나름의 지지선이 존재했다. 시장에서 '이 정도 떨어졌으면 이제 정말로 바닥'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바닥을 치면 시장에 매수하려는 사람이 등장하고 자연스레 반등이 계기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또 '꼭대기'라는 말도 쉽게 해선 안된다. 희한하게도 가격이 너무 올랐다 싶은 자산은 천장을 뚫어버리듯 더 높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너무 떨어진 것은 바닥에서 반등하고, 너무 오른 것은 꼭대기를 찍고 내려왔다. 그 과정을 통해 시장이 서로 보조를 맞춰갔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일이 드물다.

  초저성장이 지속되면 오히려 지금까지 상승률이 높았던 자산의 상대가치가 당분간은 다른 자산에 비해 더 좋아진다. 이는 앞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장률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면 끝없이 오르고, 안전성에 약간이라도 의심이 생기면 끝 모르게 추락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시장의 자산 가격이 이제 더는 보조를 맞추지 않는 얘기다. 시쳇말로 "되는 놈만 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왜 양극화가 생기는지 보여주는 현상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스 회장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겼다. "가장 비싼 선수가 실제로는 가장 싼 선수다." 자본주의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를 오랜 시간 경험한 고수의 인생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출처 : [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김경필 著, 김영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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