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김경필)

"아파트 값이 곧 떨어진다는데요" 과연 그럴까?

cosy corner 2023. 10. 3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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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2022년 현재의 아파트 가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왜 이렇게 치솟았는지, 또 시장은 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면서 내집 마련을 충실히 준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지금의 집값을 도저히 해석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집값은 무주택자들에게 분노와 좌절,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분노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든다. 분노가 앞서면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시장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유튜브를 살펴보면 유독 아파트값 폭락을 점치는 영상이 조회수가 높다. '아파트값 반토막', '아파트값 폭락 조짐', '아파트값 폭락 시작' 등 자극적인 섬네일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보면서 분노와 좌절에 화풀이를 하는 듯싶다.

  하지만 이런 영상에서 주장하는 집값 하락 논리는 설득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영상에서는 지금까지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혹은 금리가 인상되기 때문에 이제 폭락할 것이라고 말한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스피커들의 목소리가 어쩌면 시원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런 목소리가 어제오늘이 아니라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방송이나 여러 채널에 등장하는 부동산 전문가 중에는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집값 하락을 전망해 온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주택가격 역시 시장상황에 따라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폭락을 주장하는 유튜브는 대부분 이제까지 몇 가지 정보를 과장해서 해석함으로써 조회수 장사에만 열을 올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테크에서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현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자신의 바람을 현실에 애써 투영하며 행동보다는 분노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론을 말하자며, 우리는 주택시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우선 아파트를 포함한 자산가격이 어떤 원리로 결정되는지 알아보자. 자산이란 2가지 특징을 지닌다.

  1.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가치있는 것

  2.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거래가 가능한 것

 

  그러므로 자산이란 우리가 알고 있듯 예금, 주식, 아파트를 포함한 것이다. 모든 자산의 가격은 다음의 3가지로 결정된다.

  1. 현금 흐름의 양

  현금흐름이란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현금의 움직임, 즉 자산에서 발생하는 1년 간의 이익을 말한다. 모든 자산에는 일정한 수익, 즉 현금흐름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자산가격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매년 배당금이 10만 원인 주식과 20만 원인 주식이 있다면 어떤 주식이 비쌀까? 당연히 배당이라는 현금흐름의 양이 큰 주식이 비싸다.

  또 월세로 100만 원이 나오는 상가와 150만 원이 나오는 상가 중 어떤 것이 비쌀까? 이 또한 월세라는 현금흐름이 큰 상가가 비쌀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바로 이 현금흐름의 양이 가장 중요한 자산가격 결정 요소였다.

 

  2. 현금흐름의 안정성

  안정성이란 말에는 지속성도 포함되는데,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높으면 그 자산은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월세 100만 원 나오는 아파트와 월세 100만 원 나오는 상가가 있다면 어느 쪽이 더 비쌀까? 

  당연히 아파트다. 현금흐름의 양은 1년에 1,200만 원으로 아파트와 상가가 같지만 안정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도심에 자리잡은 아파트라면 공실이 거의 없고 월세라는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높지만, 상가의 경우 공실 위험이 존재하고 월세가 꾸준히 들어올지도 미지수다. 21세기 들어 경제가 저성장 추세로 접어들면서 과거와 달리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3. 현금흐름의 기대감

  여기서 기대감이란 자산의 현금흐름이  미래에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말한다. 따라서 기대감은 성장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대감이 높은 자산은 현재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 투자자가 당장은 투자대상에 대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요구수익률(투자자가 투자에 대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 낮다. 

  예를 들어 월세 100만 원인 강남의 아파트와 월세 100만 원인 비강남아파트 중 어떤 것이 비쌀까? 앞에서 언급했듯 두 아파트의 현금흐름은 1년에 1,200만 원으로 같다. 또 둘 다 아파트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의 안정성도 거의 같다. 그럼 두 아파트의 가격은 같을까? 아니다. 강남 아파트가 더 비싸다.

  왜 그럴까? 바로 성장 가능성의 차이 때문이다. 기대감이 있는 자산은 당장의 수익률이 낮더라도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초저성장 경제가 지속될수록, 지금은 현금흐름에 비핸 너무 비싸서 당장의 수익률은 좋지 않지만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자산이 계속 비싸진다. 가격이 너무 올라서 비싸졌기 때문에 앞으로 하락할 것이란 논리는 이런 현상에 맞지 않는다.

 

 2022년 4월 기준 한 아파트이 실거래가 평균은 10억 7,500만 원이다. 우선 이 아파트의 현금흐름을 알아보자. 이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을 때 연간 현금흐름은 최대 얼마나 발생할까? 최근 전월세 가격의 평균금액은 보증금 6억 원에 월세 30만 원이었다.

월세 30만원 X 12개월 + 360만원
보증금 6억원 X 시중은행 평균금리 2.5% + 1,500만원
평균 재산세 -150만원
연간 현금흐름 1,710만원

  이 아파트의 1년간 최대 현금흐름은 재산세를 제외하면 1,710만 원이다. 그러니까 이 아파트는 지금 가격으로 10억 7,500만 원을 투자한 소유자에게 1년동안 약 1,710만 원의 수이기을 줄 수 있는 자산이란 얘기다. 이 아파트는 비싼 것일까, 아니면 싼 것일까?

  흔히 말하는 밸류에이션valuation(가치평가, 특정자산 혹은 기업의 현재가치를 평가하는 프로세스)을 위해 우선 현재금리에 따른 예금액과 아파트값을 비교해보자. 만일 은행예금으로 1년에 1,710만 원의 이자수익을 올리려면 얼마를 예금해야 할까? 2022년 4월 기준 시중은행의 평균 예금금리 2.0%를 적용하면 8억 5,500만 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자소득세 15.4%를 차감해야 하므로 세금까지 감안해서 세후 이자율 1.89%를 적용하면 1,710만 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 예금해야 하는 금액은 9억 380만 원이다.

 

  즉 1년에 똑같은 1,710만 원의 현금흐름을 만드는데 예금으로는 9억 380만 원이 필요하고 아파트로는 10억 7,500만 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순하게 계산하면 아파트가 1억 7,120만 원이나 더 비싼 셈이다.

  또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두 번째 요인인 현금흐름의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예금이 아파트보다 안정성이 더 높은데도 아파트가 더 비싸다. 그렇다면 폭락 유투버들의 예상대로 아파트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오버프라이싱overpricing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보다 은행 예금의 현금흐름이 더 안정적으로 평가되는데도 아파트가 더 비싼 이유는 자산가격의 세 번째 결정요인인  현금흐름의 기대감(성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금의 수익률이 아파트의 수익률보다 좋지만 투자자들은 앞으로 현금흐름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기에 당장은 수익률이 좋지 않아도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아파트를 산다. 

  당신이 아파트를 한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파트에서 나오는 월세가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일 월세가 1년에 0.3% 이상 오르리라고 기대한다면 지금 아파트 가격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출처 : [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김경필 著, 김영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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