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김경필)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재테크 상식 6가지(1)

cosy corner 2023. 11. 18.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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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테크에서 잘못된 상식은 독과 같다. 누구에게나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모두 적용되는 진리나 법칙은 재테크에 결코 없다. 그런데도 상식이라는 허울을 쓰고 모든 경우를 일반화하는 잘못된 상식이 너무 많다. 이런 잘못된 상식만 잘 피해도 재테크에서 황당한 실패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1.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반드시 오른다?

 

  앞서 코스피 주요 종목 10개의 10년 장기투자 결과를 살펴보았다. 의외로 오른 종목은 4개뿐이고 6개가 하락했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동안 화폐가치가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제외하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한 것과 다름없다. 시가총액 순으로 상위 100개를 살펴봐도 하락한 주식이 더 많다.

  그래서 주식 초보자들은 분산투자라는 방법을 통해 위험을 낮추고,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요즘의 유행을 따르기도 한다. 그럼 시장의 평균을 추종하는 지수에 장기투자하면 괜찮은 걸까?

  안타깝게도 장기투자의 가장 큰 적은 화폐가치의 하락, 즉 인플레이션이다. 가장 대표적인 주식시장의 평균지수인 코스피는 지난 10년간 36.8% 상승했다. 이는 연간 3.2% 정도 상승한 수치다. 그러니까 매일 주식을 들여다보고 신경쓰고 고민하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마음 졸이며 10년 동안 투자했는데 연간 수익률이 고작 4%도 안된다는 뜻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8% 상승했고(2022년 4월 기준), 미국의 경우는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가 8.3%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지금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09년 3월 최저점을 기준으로 2022년 2월까지 전국 집값은 무려 74%가 상승해 매년 6%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니까 결국 모든 것이 평균 4~5% 이상은 상승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돈 가치를 무섭게 갉아먹는다. 인플레이션 5%란 말은 올해에는 1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을 내년에는 105만 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내후년에는 110만 2,500원을 줘야만 살 수 있다.

  인플레이션 5%가 어떤 수준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2만 원에 시켜먹던 치킨이 2만 1,000원이 된 셈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그 정도는 더 주고 먹어도 큰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갑자기 285만 원 받게 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임금이 삭감된 셈이다. 이제 감이 좀 오는가?

  그러니깐 바로 인플레이션 3%인 지금 시대에 코스피는 10년 투자해서 겨우 본전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10년 전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지금 136.8만 원이다. 오늘의 136.8만 원은 10년 전 가치로 보면 102만 원이다. 오른 것이 절대 아니란 뜻이다. 인플레이션이 3%라면 오늘 100만 원을 투자해 10년 후 136.8만 원이 되어도 지금 가치로 생각하면 102만 원에 불과하다.

 

  장기투자란 말은 당신이 주식을 사주길 바라는 증권사나 시장이 당신에게 불어넣은 마법과도 같은 세뇌일 수 있다. 주식시장이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도, 투자자들이 다 팔고 나갈 때도, 여전히 당신을 주식시장에 머무르게 한 유혹이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해보라. 바로 "기다리면 오른다" "꼭 다시 상승할 때가 있다" 같은 장기투자의 유혹이었을 것이다.

  주식은 무조건 기다린다고 우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파동이다. 파도가 치는 것과 같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고 썰물 후에는 또다시 밀물이 몰려온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밀물이 불어나 땅을 뒤덮는 일은 없다. 그냥 밀물과 썰물이 끝없이 반복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결론은 매우 단순하다. 밀물 때 주식을 가지고 있고 썰물 때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준다.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바꿔놓는 것도 투자다. 현금이란 종목이 있는 것이다. 진정한 장기투자란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머무는 것이지 특정 주식을 오랫동안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언제 오르고 언제 떨어지는지, 언제가 밀물이고 언제가 썰물인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머릿속에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면 그 답을 몰라서 장기로 주식을 보유한다는 소리일텐데, 그러면 반드시 실패한다. 시장을 공부한다는 것은 언제 사람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고 사려 하는지, 또 언제 팔고 나가려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 흐름을 알아내려면 경기의 순환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이 주식시장에 머물면 투자를 해야 할 때인지, 아니면 현금으로 바꿔놓고 잠시 쉬어야 할 시기인지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이다.

 

  투자를 쉬며 시장을 지켜보는 사람은 정말 주식이 떨어졌을 때 저가 매수를 해서 미래의 수익 가능성을 높이지만, 무작정 장기투자를 한다면서 조정장에도 주식을 들고만 있는 사람은 계속되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이 묶여 끝없는 물타기만 할 뿐이다. 그야말로 기약없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필자는 조정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금으로 갈아타고 1년 정도 주식투자를 쉬었다. 행운도 물론 따랐겠지만, 그때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계속된 주가 조정을 피할 수 있었다.

   홍수로 다른 집들이 떠내려갈 때 높은 곳에서 비 구경을 하며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었달까? 주식투자를 할 때는 무작정 장기투자를 할게 아니라 때를 보고 사고팔 시기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경기의 변동을 관찰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출처 : [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김경필 著, 김영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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