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거르고 가을밭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시장에 떠도는 정보는 듣는 이가 아닌 퍼뜨리는 이를 위한 것이다

 

  당시 나는 지방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했다. 투자 경험상 아파트가 지어질 지역이 좋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투자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채, 예전에 그 지역을 스쳐 지나간 단편적인 기억만 떠올리며 분양권에 투자했다. 그리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가입해있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분양 당시부터 준공될 때까지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다. 카페에는 분양가에 비해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몇천만 원이나 붙어있고, 앞으로 몇억 원이 더 오를 거라는 글들이 자주 올라왔다. 회사를 다니는 처지에 지방까지 가서 분위기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그 글들에 안심하며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고 욌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준공이 얼마남지 않은 사전점검 때가 되어서야 나는 제대로 주변 조사를 하기 위해 연차를 내고 현장으로 내려갔다.

 

  그날, 나는 그동안 봐왔던 인터넷 카페의 글들과는 사뭇 다른 현장의 분위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서 본 대로 분양가보다 몇천만 원 높게 판매하는 프리미엄이 붙은 물건도 있었으나, 반대로 분양가보다 몇천만 원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물건들도 있었다. 예전에 전화로 중개인들에게 물어봤을 때는 마이너스 물건은 없다고 했지만 직접 현장에 나와서 확인해보니 현실은 크게 달랐다. 아직 입주도 안한 아파트 가격을 분양가 이하로 거래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였는지 중개인들은 매도자가 가격을 내리기 전까지 낮아진 가격을 먼저 밝히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을 느끼고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분위기를 파악한 다음 분양권을 매도하기 위해 현장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점점 더 안좋아졌다. 결국 나는 손해를 최소화한다는 마음으로 손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정보나 전체 부동산 시세를 알려주는 뉴스 등은 가급적 보지 않는다. 내가 가진 부동산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이며, 전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와 내가 가진 부동산의 분위기는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 유투브, SNS 등은 내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관심과 조회 수를 광고 수익이나 물품 판매로 연결하는 거대한 콘텐츠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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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는 현장에 있고, 내 문제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난 그 사건 이후부터는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현장과 접촉하며 직접 확인하고자 한다. 물론 회사를 다니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기 때문에 모든 현장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궁여지책으로 퇴근길에 해당지역의 중개사무소에 전화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묻기도 한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형성된 관계는 정보를 수집하는 시간을 줄여줬으며, 이러한 행동은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플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물론 내가 직접 조사하지 않은 물건은 주위에서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개발 계획을 아무리 설명해도 투자하지 않으며, 그런 시간들이 지속되자 나의 투자와 다른 사람들의 투자를 비교하는 일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휴대폰 속 세상을 보면 부동산 투자로 몇 년 만에 큰돈을 벌어 건물주가 되었다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돈을 벌 수 있는 지역을 추천해  주거나, 시장 전망을 그럴싸하게 예측해 주기도 한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 왔으며, 시세가 하락하거나 금리가 올라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이익이 줄었을 뿐 손실은 내지 않고 있다. 이는 한 방향으로 모든 자산을 투자하지 않고,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듯 조심스럽게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남들에게 좋게 보이고,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투자는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을 안겨주는 물건은 결국 스스로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얻을 수 있다.

 

출처 :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조훈희 著, 체인지업 刊